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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_쉬워졌다

가끔 전자 액자에 아들의 옛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보곤 한다.혼자서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이 생물을 키워내느라얼마나 잠 못 드는 밤이 많았던가.그러던 녀석이 이제 혼자 밥을 먹으려 들고(여전히 난리를 내놓지만)혼자 양치질을 하겠다고 떼를 쓰고요즘은 소변이 마려우면 기저귀에다가 하는 게 불편한지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한다.남들이 보면 별거 아닌 성장이지만24시간 같이 생활하며 육아하는 부모로서는참 기특하기도 하고 그렇다.솔직히 아이가 뒤집거나 서거나 하는 것이 아이가 없을 땐'그게 뭔데 호들갑이지' 했었으니까.뭔가 쉬워졌다고 느낀다.이상하게 아쉽다 라고도 느낀다.아이러니 하다.

시즌3 2024.07.04

22_못찾겠다 꾀꼬리

아이들은 자주 말한다.“아빠 주말에는 티클티클 해준다고 했잖아.”자몽이도 망고도 아빠가 티클티클 해주는걸 좋아한다.​티클티클은 숨바꼭질 비슷한 놀이인데아이가 자기방에 들어가 숫자 20까지 셀동안 아빠가 숨으면나와 아빠를 찾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티클티클” 이라는 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잡는것이다.그리고 역할을 바꾼다.​왜 놀이 이름이 티클티클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아이들이 좋아하니 주말만 해준다.​왜냐하면 두세번 그렇게 놀아주다보면내 체력이 바닥나기 때문이다.​가끔 피곤해서 안하고 싶을때도 있는데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더이상 티클티클 해달라고 하지 않을것 같아서 무거운 몸을 일으키곤 한다.

시즌3 2024.07.02

21_작은 반란

와이프와 나는 아이들을 번갈아 재우는데잘놀던 아이들이 잠 잘 시간만 다가오면이렇게 물어본다.​“오늘 엄마랑 자는 날이야?”​아빠랑 낮동안 잘 지냈는데도 잠 잘때는엄마랑 자는게 좋은지 물어보는데나는 내심 서운하기도 하다.그래… 엄마. 중요하지 너희들에겐 더욱.​유치원 다니는 첫째는 칭얼대면서도침대에 누우먼 바로 골아 떨어지는 편인데어린이집 다니는 어린 둘째는 여전히엄마랑 잘때 평안을 느끼는지계속 뒤척거리며 잠을 이기고.호시탐탐 아빠가 먼저 자지 않을까 기회를 노린다.

시즌3 2024.07.02

20_잊을 수 없는 하루

육아를 한 지 7년이 되어가기에이제는 놀라는 일이 적어졌다고 생각했지만익숙해지기는 커녕 지금도 매일매일 놀라는 일투성이이다.​열이나는 둘째에게 해열제를 먹이려고아내는 주방에서 약을 준비하고 있었고.나는 추워하는 아이를 이불로 말아 안고 있었는데.순간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며 온몸이 뻣뻣해지며혼절하는 걸 보자 나도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그 순간 머릿속으로 별별 생각이 다나면서아이가 어떻게 되는 줄만 알았다야밤에 구급차를 부르고 잠든 첫째를 업고 병원에 갔는데응급실에 갔을 때 멀쩡하게 웃으며 나오는자몽이의 얼굴을 보며 안도하던 새벽을 잊을 수가 없다.​열경련은 열이 40도가 넘어가면아이가 경기를 일으키며 혼절하는 그런 것인데.우리는 그걸 처음 겪었다.​이 만화를 그리는 이유는 혹시나 독자분들도아기를 키우다..

시즌3 2024.07.02

19_임신해서 좋은것

아내는 항상 위가 좋지 않았다.조금이라도 과식을 하거나 소화가 안되면 잠을 못이루곤 했는데임신기간에도 항상 속이 더부룩 해서 입 덧을 하는 내내 바닥에 붙어있곤 했던 기억이 난다.아내는 그 기억이 임신기간중 가장 끔찍한 기억이라고 말했다.아이들이 자고 나서 쇼파에 앉아 와이프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남자인 나는 알 수 없는 그런것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그리고 이시간이 하루중 가장 평안하고 외롭지 않은 시간이다.

시즌3 2024.06.19

18_유축기

쓸모가 없어진 유축기를 다른동 와이프 지인에게 드리고왔다.와이프는 첫째와 둘째 모두 2년 동안 모유 수유를 했다특히 첫째 망고 모유 수유를 할 때 고생을 많이 했는데모유가 나오는 만큼 아기가 잘 먹어주어야 하거늘그렇지 않을 때면 유축기를 새벽마다 사용해야 했다.두어 번 정도 유선이 막혀서 마사지를 받곤 했는데그때의 고통을“아이 낳을 때 보다 더 아팠어”라고 표현하곤 했다.아이들이 큰 병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건아내가 새벽마다 고생해가며 열심히젖을 먹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둘째가 엄마젖에 대해 집착이 심해 좀 더 오래 먹긴했지만요즘은 젖을 빠는법도 잊어버린듯 하다.

시즌3 2024.06.18

17_애착인형

어릴 적 스누피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라이너스 라는 아이가 담요를 항상 질질 끌고 다니는데‘왜 저런 걸 끌고 다니지?’- 했었다커서 결혼하고 둘째를 낳아보니둘째가 자기만의 이불을 항상 끌고 다닌다.뭔가 안정감을 얻고 싶을 때 찾는 듯하다첫아이를 낳았을 때 아내가 망고에게 사준거위 인형은 아직도 망고가 들고 다니며침대에 누울때마다 작은 이불을 덮어주는 걸 본다.그런걸 볼 때마다 나의 애착 인형은 뭐였을까.나도 어릴 땐 뭔가 그런 물건이 있었을 텐데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어쩌면 이런 기억은 아이들이 아닌부모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기억인 것 같다.

시즌3 2024.06.17

15_그대가 잠잘때

일과가 끝나고 아이들을 내가 재우는 동안아내는 그제야 해야 할 일을 하곤 하는데가끔 재운 아이들이 끙끙대거나 아프기라도 해서 소리를 내면순간적으로 둘 다 하던 일을 멈추고 숨을 죽인 채아이들이 자는 방으로 귀를 기울이곤 한다.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새벽녘에 울며뛰쳐나와 엄마 품에 안기곤 하는데 왜 울었냐고 물어보면자다 깼는데 엄마가 없어서 울었다고 말하고는거실 소파에 누워서 다시 자곤 한다.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깊이 잠들겠지.

시즌3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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